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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있는데 살기는 불편하다…
‘살던 집에서 늙기’ 시대의 과제

시니어에게 집은 가장 큰 재산이지만, 오래된 문턱과 욕실·계단은 매일 마주하는 위험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 주거정책은 ‘집이 있느냐’에서 ‘그 집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느냐’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유용갑 기자 · 편집 김완태 · 2026년 10월 2일
안전손잡이와 접이식 의자가 설치된 욕실을 살펴보는 시니어 부부
고령친화 욕실 개선 모습을 표현한 AI 제작 이미지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 이상인 사회가 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다. 이 비율은 2036년에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시니어 주거는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준비해야 하는 생활 문제다.

집이라는 재산은 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부족하다

고령 가구는 재산의 많은 부분을 집으로 보유한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서 2024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6,594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이 매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뜻은 아니다. 2023년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였다. 쉽게 말하면, 집은 있어도 생활비와 집수리비가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집 안에서 바로 드러난다. 작은 문턱, 물기가 남는 욕실 바닥, 잡을 곳 없는 계단, 어두운 복도는 젊을 때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줄고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면 이런 구조가 큰 위험이 된다. 한 번의 낙상은 골절과 입원으로 이어지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살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시설보다 먼저, 살던 집을 안전하게

많은 시니어는 익숙한 동네와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한다. 병원, 시장, 이웃,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에이징 인 플레이스’라고 부르는데, 어려운 말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나이 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모든 집을 한꺼번에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 넘어질 가능성이 큰 장소부터 순서대로 바꾸면 된다. 욕실에는 미끄럼을 줄이는 바닥재와 단단히 고정된 손잡이를 설치한다.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야간 조명을 둔다. 자주 쓰는 물건은 의자에 올라가지 않아도 꺼낼 수 있는 높이로 옮긴다. 현관과 방문의 문턱도 보행기나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지 않은지 확인한다.

집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1. 욕실 바닥이 젖었을 때 미끄럽지 않은가
  2. 변기와 샤워 공간에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가
  3.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밤에도 잘 보이는가
  4. 현관·방문 문턱에 발이 걸리지 않는가
  5. 자주 쓰는 물건이 너무 높거나 낮은 곳에 있지 않은가

인천의 오래된 주택에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인천처럼 오래된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섞여 있는 도시에서는 집 안만 고쳐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높은 계단, 좁은 공동현관, 불규칙한 골목길은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주거 개선은 욕실 손잡이 설치 같은 작은 공사와 함께 건물 출입, 이동수단, 가까운 돌봄서비스를 연결해서 살펴야 한다.

지원제도를 찾을 때에는 먼저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나 시·군·구청에 “어르신 집수리 지원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쉽다. 장기요양 인정자는 필요한 안전용품이나 복지용구가 급여 대상인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원 대상과 금액은 지역과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과거 인터넷 글보다 현재 공고를 확인해야 한다.

좋은 주거정책은 독립생활을 더 오래 지켜준다

고령친화 주거 개선은 인테리어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시니어가 스스로 씻고, 화장실에 가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일이다. 작은 개선으로 낙상 위험을 줄이고 독립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가족의 돌봄 부담과 사회적 비용도 함께 줄어든다.

초고령사회의 질문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집을 가진 것만으로 주거 문제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살던 집이 나이 든 몸에도 안전한지, 필요한 수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집 밖의 이동과 돌봄이 연결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공식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2025년 9월 29일 발표)
공식 자료 바로가기

자료 기준일: 2025년 통계 발표자료에 수록된 각 조사연도 기준 · 기사 작성: 2026년 10월 2일